지난번에 작성한 아래의 포스팅에 이어서 밤하늘 별 사진 찍는 법에 대해 마저 써보도록 하겠다. 지난 글이 별 사진을 찍기 위해 사전에 갖춰져야 할 조건이라면 오늘의 2편은 기술적인 부분들에 대해서이다.
앞의 1편에서 언급했듯이 별사진은 요즘의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촬영할 수 있다. 보통 스마트폰으로는 자동모드로 촬영하는 것이 99프로이지만 고급 모드 or 프로모드를 사용하면 야경 촬영이나 밤하늘 촬영에서도 어느 정도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역시나 노이즈나 선명도에서 한계가 확실히 존재한다. 따라서 다음의 설명은 DSLR이나 미러리스 카메라에 적용되는 방식이다. 그리고 초보자들도 글은 본다고 가정하고 기본적인 것을 포함해 설명하겠다. 아래의 내용들을 숙지해놓고 한두 번만 촬영해본다면 아무리 초보자라도 은하수 사진 정도는 어렵지 않게 찍을 수 있을 것이다.
별사진 찍는법
별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카메라의 수동모드 즉 M모드(Manual Mode)로 촬영해야 한다. 수동모드에서는 여러 가지 값을 조절해서 그 값들이 상호 보완을 해줘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은 아래의 어떤 값을 어떻게 조절하더라도 하늘이 밝게 나와서는 안된다. 하늘은 언제나 까맣게 나오도록 조절해야 한다. 전문용어로 '하늘이 하얗게 타버리'면 못쓰는 사진이다.
노출 길이(셔터 스피드)
어두운 대상을 촬영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노출이다. 노출의 길이는 셔터 스피드로 바꿔서 표현할 수도 있다. 노출 즉 셔터 스피드란 카메라가 빛을 받아들이는 시간의 길이를 말한다.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면 같은 밝기의 공간에서 촬영하더라도 셔터스피드가 짧으면 짧을수록 사진은 어둡게 나올 것이고, 셔터스피드가 길면 길수록 사진은 밝게 찍힐 것이다.
셔터스피드는 1초를 기준으로 표시되는데 1"은 1초를 의미하고, 10" 10초, 30"은 30초를 의미한다. 그럼 1초보다 짧은 시간은 어떻게 표시할까? 0.5초는 1/2로 표시된다. 1초의 2분의 1이라는 뜻이다. 그러면 1/10은? 0.1초를 의미한다. 보통의 DSLR과 미러리스는 셔터스피드를 1/4000까지 지원하는데 1초를 4000번으로 나눈 시간이니 엄청난 찰나의 시간이다.
그러면 별 사진 촬영을 할 때는 당연히 노출시간이 길어야 더 많은 별을 밝게 담기에 유리할 것이다. 딱 정해진 셔터 스피드는 없다. 다만 셔터 속도가 1초보다 어두우면 별 사진이 거의 안 나온다고 보면 되고, 너무 길어지면 렌즈의 화각(확대 배율)에 따라 다르겠지만, 별이 점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자전에 의해서 별이 1자 모양으로 흐르게 촬영된다. 필자 기준으로 24mm 화각을 촬영할 경우 보통 15초는 안 넘기려고 한다. 그 이상 넘어가면 별이 흐른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별들이 노출이라는 마법에 의해 사진에 선명하게 찍히게 되는 모습은 언제 봐도 신기할 따름이다.
카메라 고정(삼각대 필수)
노출이 길다라는 얘기는 그만큼 오랜 시간 동안 카메라도 확실히 고정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별 사진 촬영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 것이 카메라의 확실한 고정이다. 카메라를 손으로 들고 제대로 된 밤하늘을 찍는 건 불가능하다. 따라서 튼튼한 삼각대가 있으면 좋다. 삼각대는 전문가가 아닌 이상 너무 좋은 것은 필요 없고, 경험상 5만 원 정도 가성비 제품이면 충분하다. 다만 카메라를 삼각대에 잘 고정시켜놓는다 해도 바람이 세거나, 애초에 미세하게라도 바닥이 흔들린다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없다. 최대한 잘 고정해서 몇 초 내지는 수십 초가 되는 시간 동안 카메라가 조금이라도 흔들이지 않도록 해주자.
조리개 값
앞 전의 글에서 조리개 값이 낮은 렌즈 즉 밝은 렌즈를 사용할수록 별 사진 촬영에 유리하다고 언급했다. 조리개 값 즉 F값이 낮을수록 빛을 모으는 조리개가 더 크게 개방되고 따라서 더 많은 빛이 렌즈로 유입된다. 보통은 조리개가 고정된 단렌즈가 줌렌즈보다는 밝은 렌즈이다. 보통 밝은 렌즈라고 하면 F1.2~2.0 정도의 조리개 값을 가진 렌즈를 말한다. 다만 조리개 값이 낮아질수록 해상력은 떨어진다. 이건 렌즈의 종류마다 그 차이의 정도가 다르겠지만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
따라서 같은 셔터스피드로 별사진을 찍는다고 가정했을 때, 조리개 값을 더 낮게 설정해야 더 많은 별을 더 밝게 찍을 수 있다. 경우마다 다르긴하지만, 필자는 보통 렌즈 최대 밝기에서 1~3단계 정도 조리개를 조여서(값을 올려서) 촬영한다. 만약 F1.4값을 가진 렌즈로 촬영한다면 조리개 값을 F1.4보다는 F1.8이나 F2.2, F2.8정도로 설정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조리개 값이 낮은 렌즈나, 낮은 조리개값 설정으로만 별사진을 찍을 수 있느냐? 그것은 아니다. 바로 위에서 설명한 셔터 스피드를 충분히 길게 해 준다면 조리개 값이 높아도(어두워도)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ISO
셔터스피드와 조리개 값과 함께 사진의 노출 및 밝기에 관여하는 또 하나의 요소가 있는데 바로 ISO이다. ISO값은 높이면 높일수록 더 밝은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다만 수치가 높아질수록 사진에 노이즈가 많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양날의 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밤하늘 별사진 촬영에 있어서 ISO는 언제 사용하면 좋을까?
바로 조리개 값이나 셔터 스피드를 더 이상 조정하기 곤란할 때이다. 예를 들어 50mm/f1.8 줌렌즈로 별을 촬영한다고 가정해보자. 최대 화질은 포기하더라도 조리개 값을 f1.8로 최대한 개방하고 셔터 속도를 2초로 했더니 너무 어둡다. 그래서 5초로 해도 아직도 어두워서 별이 많이 안 담긴다. 이제 10초로 노출시간을 더 늘렸더니, 이런.. 별이 점이 아니라 1자로 흘러서 나온다. 바로 이럴 때가 iso값을 높여주면 된다. 셔터 속도는 다시 별이 흐르지 않는 시간까지 내려주고, iso값을 올려주면 된다. iso값은 카메라마다 다르지만 1600까지는 무난하게 찍힌다. 그 이상 올려버리면 너무 노출이 높아져서 하늘이 하얘지거나 노이즈가 많이 생겨버려서 사진을 망치게 될 수 있다.
초점
별사진 찍는법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자 중요한 부분이 바로 초점이다. 우리는 사진을 찍을때 보통 AF(Auto Focus) 즉 자동 초점 모드를 많이 사용하는데 별사진 찍을 때는 무조건 MF(Manual Focus), 수동 초점 모드로 촬영해야 한다. 카메라 기능 메뉴에 들어가서 MF모드로 바꿔주거나 AF/MF 조작이 가능한 렌즈라면 렌즈 버튼을 통해 MF로 변경해준다. 이제 카메라의 초점이 별에 맞도록 수동으로 조절해줘야 한다. 렌즈에 있는 포커스 링을 적절히 돌려서 별에 초점을 맞춰줘야 하는데, 2가지 방법이 있다. 일단 육안으로 볼 때 가장 커 보이는 별을 찾아 카메라 렌즈를 그쪽으로 향한다. 그러면 LCD 화면에 그 별이 희미하게 보일 텐데, 그 희미한 별을 최대한 작은 점이 되도록 (초점이 맞도록) 초점 링을 돌려준다. 또한 지상에 있지만 최대한 멀리 있는 가로등이나 불빛을 대상으로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 앞에서 큰 별을 보고 초점을 맞춪것과 동일하게 지상에 있는 불빛이 최대한 선명하게 나올 때까지 초점 링을 조절해준다. 그렇게 해서 몇 번 정도 실제로 하늘에 대고 촬영해 봐서 별들이 작고 선명하게 잘 나오는지 확인해주면 초점 맞추기도 완료이다.
결론
정리하자면 별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위의 모든 요소들이 적절하게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 사용하는 카메라나 렌즈, 촬영하는 지역, 하늘 상태에 따라서 상황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한 값을 지정해주면서, 셔터 속도는 몇으로 맞춰라 ISO는 몇으로 맞춰라. 이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따라서 위의 요소들은 조금씩 바꿔가면서 테스트 촬영을 해보며 가장 좋은 결괏값이 나올 때까지 조정해봐야 한다. 복잡해 보이지만 익숙해진다면 2,3분도 걸리지 않는 그리 어렵지 않는 세팅이다.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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